2021년 7월 19일, 청와대는 '조직적 페미니즘 사이트 수사 요청'이라는, 그야말로 이름부터 말도 안 되는 조작된 청원에 응답했다.
정부는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페미니즘 사상을 주입하고자 했다는 정보를 확인했다.‘며 이 허무맹랑한 청원에 대해 '경찰청에 공식적으로 수사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약속하였다. 또한 '현재 검찰 측에 국제형사사법 공조를 요청한 상태'라며, 해당 청원의 질에 비하면 매우 성의 있는 답변을 남겼다.
이는 아동 포르노 등 악질적인 불법 촬영물을 대거 유통하며 웰컴투비디오를 운영 했던 손정우에 대한 국제 공조수사 요청에도 불구,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라는 미약한 판결을 내리고 미국의 송환 요구도 반려한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정부가 해당 청원이 명백한 허위사실임을 인지하고, 이 진위를 공식적으로 밝혀 조 작된 청원임을 공표해 이에 동조한 혐오 세력들을 바로잡기 위함이라면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청원 답변에 위와 같은 의도는 전혀 담겨 있 \지 않다. 만일 정부가 페미니즘'을 범죄화 · 악마화하는 사회현상을 그대로 용인하 고, 또 공식적으로 승인하고 나선 것이라면 이는 매우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단호히 말하건대, 청와대 국민 신문고에 올라온 '페미니즘 게이트 청원'은 악성 네티즌이 재미 삼아 조작해 만든 근본 없는 허위 청원에 지나지 않았다. 이 껍데기뿐인 청원은 여성 혐오와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심리로 뭉친 대형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동조를 얻어 31만의 서명으로 마무리하게 되었다. 해당 청원에 동의한 31만 명을 비롯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배움의 장인 교실에서 이른바 '세뇌'를 시도하는 페미니즘 교사들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품게 되었을 터다.
만약 국민청원으로 '도덕교육을 세뇌하는 교사집단을 수사하고 처벌해달라'는 요 청이 올라오면, 이는 정부 차원에서 걸러내야 할 말도 안 되는 소리임이 마땅하다. 그러나 정부는 '페미니즘을 수사하라'라는 말에 '청원 답변 249호'로 응답함으로써 한국사회의 여성 혐오를 더욱 공고히 하는 역할을 자처했다.
해당 사태는 대한민국 정부의 부족한 성 인지 감수성을 보여준다. 바로 전 ‘청원 답 변 248호'를 보면 대한민국에 불평등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함을 확인할 수 있음에 도, 페미니즘을 악마화하는 국민청원에 대해서는 '교사들이 학생에게 페미니즘 사상을 주입한다'라는 표현으로 동조하였다. 이는 정부가 경쟁을 부추기는 부조리한 사 회에서 공격의 화살을 페미니즘에 돌리는 현세대 남성들의 왜곡된 반감을 읽어낼 최소한의 성 인지 감수성조차 갖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페미니즘은 사회 · 경제 · 문화 전반에 걸쳐 남성과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가짐으로써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페미니즘이 두 권리가 갈등하는 의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하나의 권리를 추구하는 성 평등 운동임을 반증한다. 그러나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페미니즘은 차마 걸러내지 못할 정도로 모욕적이고 실체가 없는 거짓으로 악마화되어가고 있다. 이 오명을 씻어내야 할 주체는 다른 누구도 아닌,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보호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몫이다.
대한민국이 성 평등과 페미니즘을 향해 나아가야 하고, 이는 공교육에서 출발해야 함은 지당한 사실이다. 이번 정부의 답변은 치열한 교육의 현장에서 앞장서 학생들에게 올바른 배움의 길을 걷도록 지도해온 교사들의 노력을 헛되게 만드는 무책임한 행위이다. 나아가 공교육의 장인 학교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성 평등 교육을 국가적 차원에서 억압하고, 교사 개개인이 눈치를 보게 만들어 자국민의 인권과 교육받을 권리 까지도 침해한다. 국가의 기조가 되는 성 평등 교육을 악마화하고 입막음하는 일에 정부가 동참한다면 그 누가 학생들에게 진정한 성 평등을 가르치려 들겠는가?
이러한 일련의 사태들은 남성 중심 사회가 여성이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지우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물어야 한다. 진정으로 혐오 와 차별을 양산하는 것은 누구인가? 여학생들에게 생리대를 붙이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남학생을 배제하는 것이라는 황당한 논리가 통하는 사회를 적극적으로 방임하 는 정부는 이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7월 16일, 강원도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여학생들을 전원 의자 위로 올라가도록 한 뒤 복장 검사를 벌이고, 일부 학생의 치마까지 들추는 일이 벌어졌다. 온라인에서 마 치 여론처럼 포장된 페미니즘의 악마화 뒤에는 쓰디쓴 여성 혐오적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학생들을 지키고 대한민국이 모든 국민들을 위한 자유와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서 교실에는 여전히 페미니즘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정부는 교사 개개인의 양심적인 활동을 '역차별'이라고 몰아가는 선동자 들의 편을 들어주는 행위를 멈추고, 차별이 만연한 사회를 개선하고자 하는 교사 개 인의 자유를 존중하며 성차별 사회 개선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교육 정책을 만들어 혐오에 대항하여야 한다.
대한민국은 더는 후퇴하지 말라. 혐오라는 관성에 젖어 도태되려는 자들의 말을 듣지 말고 그에 반대하라. 그리고 성평등한 사회와 미래를 위해 나아가려는 의지를 보여라.
2021-07-20
전국 릴레이 백래시 규탄시위 《해일》
<경남도민일보>
“기울어진 교실에는 성평등이 필요하다”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768022
